해군 SW개발병 전역 전역하는 날. 대전역 앞에서 ‘대’를 가려 ‘전역’ 글자만 남게 찍는 포즈가 군인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1전 2기. 두 번 만에 붙었다.

첫 지원은 아쉽게 떨어졌고, 두 번째 지원에서 합격했다. 그렇게 해군 소프트웨어 개발병으로 입대하게 되었다.

이 글은 내가 해군 SW개발병을 선택한 이유, 3군 비교, 서류와 면접 준비, 그리고 재도전 과정까지를 정리한 기록이다.

왜 SW개발병이었나

대한민국은 휴전 국가이고, 그래서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남자라면 군복무를 해야 한다. 나는 군복무를 단순히 의무로만 보지 않고, 나라를 지키기 위한 국가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했다.

나는 평소 봉사를 할 때도 내가 가진 능력을 활용하는 재능 봉사를 꾸준히 해왔다. 고등학생 때부터는 소프트웨어 교육 봉사활동을 하며 내가 익힌 개발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기도 했다. 그래서 군대에서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내 능력을 활용해서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보직을 찾고 싶었다.

내가 비교적 자신 있었던 분야는 두 가지였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해온 소프트웨어 개발, 그리고 일찍 면허를 따서 경험이 많았던 운전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래 두 보직을 놓고 고민했다.

  • SW개발병
  • 운전병

운전병도 꽤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특히 전역 이후 자동차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현실적으로 크게 다가왔다. 20대 초반에는 보험료가 꽤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내 특기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보직을 선택하고 싶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개발병에 지원하기로 했다.

왜 해군 SW개발병인가

대한민국 군종은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네 가지다. 해병대는 해군 예하 군종이라 해병대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도 해군 SW개발병이 함께 담당한다. 공개된 정보가 많지는 않지만, 군 내부에서 사용되는 웹·앱 등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주 업무다.

💡 공식 모집 안내는 병무청 해군 SW개발병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격 요건, 서류 배점, 지원 일정이 모두 정리되어 있으니 지원 전 반드시 확인하자.

우선 각 군종별 복무기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군종복무기간육군 대비
육군18개월-
해군20개월+2개월
공군21개월+3개월
해병대18개월동일

공군은 후보에서 제외

공군은 현재 IT개발관리병으로 별도 모집하지만, 내가 준비할 당시에는 공군 전산병으로 입대한 뒤 훈련소 성적에 따라 SW개발병으로 선발되는 방식이었다. 나는 SW개발병으로 복무하고 싶었지 운에 맡기고 싶지 않았다. 육군과 해군은 떨어지면 다시 지원하면 되지만, 공군은 일단 전산병으로 복무를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후보에서 제외했다.

육군 vs 해군 — 경쟁률 데이터로 판단

남은 후보는 육군과 해군이었다. 병무청 홈페이지에서 최근 3년간의 경쟁률을 조회할 수 있어 직접 조사해봤다.

병무청 경쟁률 조회 화면

조회한 데이터를 기수별로 정리해서 육군·해군 SW개발병 경쟁률을 한눈에 비교해봤다.

모집별 SW개발병 경쟁률 정리

SW개발병은 모집 인원 자체가 적어 경쟁률이 들쭉날쭉했지만, 전반적으로 육군이 해군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해군 복무기간이 2개월 더 길고, 해군 SW개발병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기 때문으로 보였다.

나는 복무기간 2개월보다 SW개발병으로 복무하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해군 SW개발병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각군별 SW개발병 경쟁률과 후기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군 SW개발병 후임이 공공데이터 API를 활용해 만든 서비스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

해군 SW개발병의 장점

  •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 — SW개발병은 전 군에서 경쟁률이 높은 보직이지만, 해군은 복무기간이 2개월 더 길다는 이유로 육군 SW개발병에 비해 경쟁률이 다소 낮은 편이다.
  • 육상 근무 — 해군은 보통 군함에서 복무하지만, SW개발병은 바로 육상에서 근무한다.
  • 휴가가 많다 — 공군이 휴가로 유명한데, 해군도 못지않게 많고 복무기간은 공군보다 1개월 짧다.
  • 두발 규정이 여유롭다 — 군함 복무 특수성 때문에 3군 중 두발 규정이 가장 여유로운 편이다.
  • 알럼나이 네트워크 — 전역한 해군 SW개발병들의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있다. 개발자 컨퍼런스·밋업·해커톤 같은 업계 행사에 가면 심심찮게 선후임들과 마주친다.
  • 지원자 전원 면접 — 육군은 서류에서 3배수 컷이 있지만, 해군은 지원자 전원이 면접을 본다. 서류 점수가 다소 낮아도 지원해볼 수 있다.
  • 태블릿 PC 사용 가능 — 공군과 마찬가지로 부대 내에서 인가받은 태블릿으로 교육 목적의 학습이 가능하다.
  • 세일러복 지급 — 해군은 병사에게도 정복(세일러복)을 지급한다. 장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멋있다. 실제로 훈련소 동기들 중에는 타군과 달리 정복이 멋있어서 해군에 왔다는 친구들이 종종 있었다.

단풍 배경 세일러복 동기들 세일러복 차림으로 동기들과 함께. 가을 단풍과 잘 어울린다.

육군은 서류 3배수 컷이 있다 보니 고학년이나 유자격자 위주로 걸러지지만, 해군은 실력만 있다면 학년이나 자격증이 다소 부족해도 합격할 수 있다. 그래서 나이는 어리지만 실력 있는 지원자들이 자주 들어온다.

전역자 송년회 모임 전역자 송년회에서. 이렇게 해군 SW개발병 출신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지내고 있다.

실전 서비스 개발 경험

SW개발병 지원자는 대개 대학생이거나 20대 초반으로, 아직 실무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많다. 그런 이들에게 SW개발병은 특히 값진 기회다. 학교 과제나 해커톤과 달리 실제 사용자와 트래픽이 있는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고 운영하는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배포·운영·장애 대응 같은 실무 감각을 복무 중에 익힐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군 복무 기간이 일종의 개발자 인턴십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공백이 아닌, 개발자로 성장하는 시간이 되는 셈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복무 후기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커리어 단절 없이 이어갈 수 있다

가장 크게 느낀 장점은 따로 있다. 커리어가 단절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발병은 복무 중에도 기술 감각을 유지할 수 있고, 취업 준비도 병행할 수 있다. 나는 군 휴가 기간에 면접을 봤고, 전역 직후 바로 출근할 수 있었다. 일반 보직이었다면 전역 후 최소 몇 달의 공백이 생겼을 것이다.

포트폴리오와 면접 준비

나의 스펙

지원 당시 나의 스펙은 다음과 같다.

  • 컴퓨터공학 4학년 재학
  • 자격증 없음
  • 2년 파트타임 근무 경력
  • 해외 단기 어학연수
  • 해외 대학 연구 프로그램 참여
  • 웹·앱·임베디드 프로젝트 개발 경험

자격증이 하나도 없어서 서류 점수만 보면 강점이 있는 편은 아니었다. 대신 프로젝트 경험과 경력으로 보완하는 전략을 잡았다.

포트폴리오

면접에 포트폴리오를 가져오라고 해서 몇 장짜리 이력서와 그간 수행한 프로젝트 문서들을 제본해서 가져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몇 장짜리 포트폴리오로도 충분하다. 면접 시간 내에 훑어볼 수 있는 분량이면 충분하고, 모든 이력을 나열하기보다는 핵심을 추려서 작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면접 때 가져갔던 제본 포트폴리오 실제로 제본해서 면접장에 들고 갔던 포트폴리오.

면접 형식

면접은 1대 다 면접으로 진행됐다. 면접관은 두세 분 정도 계셨고, 시간은 대략 15~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면접 준비

검색했을 때 나오는 합격 후기들의 면접 질문을 종합해보니, 대체로 포트폴리오 관련 질문 + 안보관 및 일반적인 군대 면접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에서 나올 만한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하고, 부사관 면접 관련 자료를 찾아 참고했다.

예상 질문 / 실제 받았던 질문

  • 자기소개, 지원동기
  • 북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최근 군 관련 뉴스와 그에 대한 본인의 생각
  • 갈등 상황 대처
  • 포트폴리오 관련 질문

1전 2기, 두 번 만에 합격하다

첫 번째 지원 — 4등으로 탈락

첫 지원은 3명 모집에 21명 지원, 경쟁률 7:1이었다. 결과는 4등. 아쉽게 커트라인에서 밀려 떨어졌다.

첫 번째 면접에서는 긴장도 많이 했고, 면접 질문 유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두 번째 지원 — 합격

두 번째 지원 때는 2명 모집에 24명 지원, 경쟁률 12:1로 훨씬 높아졌다. 그런데도 이번에도 떨어지더라도 경험 삼아 보고 온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편하게 응시했다.

두 번째 지원에서는 면접 질문 패턴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고, 훨씬 편하게 답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경쟁률이 더 높아진 두 번째 지원에서 덜컥 합격해버렸다.

병무청 합격 통보 메시지 병무청에서 카카오톡으로 날아온 합격 통보. 이 메시지를 받은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2022년 3월 28일, 해군병 682기 소프트웨어 개발병으로 진해 해군 기초군사교육단에 입대하게 되었다. 진해는 벚꽃으로 유명한 도시다. 중학생 때 벚꽃이 필 무렵 열리는 진해 군항제(해군 부대 개방 행사)에 맞춰 가족 여행으로 진해에 가서 해군 부대와 군함을 구경하며 신기해했었다. 그런데 내가 바로 그곳으로, 다시 벚꽃이 피는 계절에 입대하게 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서울에 살면서 주변에서는 대부분 육군으로 갔고 간혹 공군 가는 사람은 있었지만, 해군으로 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신기했다.

해군 기초군사교육단 수료식 풍경 진해 해군 기초군사교육단 수료식. (출처: 국방일보)

준비 Tip

  • 지원 공고가 있을 때마다 지원해보자. 보통 대학교 재학 중일 텐데, 합격해서 입대하게 되면 학교는 언제든 휴학이 가능하다. 군휴학은 학기 중 언제라도 신청할 수 있고 등록금도 환불된다.
  • TO가 적어서 운도 작용한다. 지원한 기수에 유독 실력자들이 많이 몰리면 떨어지겠지만, 반대로 빈집털이도 가능하다. 물론 TO를 무조건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라서 일정 점수 이하이면 TO가 비어도 떨어질 수 있다.
  • 좋은 입대 시기는 경쟁률이 높다. 종강·개강 시기에 맞는 입대일은 다들 선호하기 때문에 대개 경쟁률이 높다.

복무 후기는 다음 글에서

SW개발병은 단순히 군대에서 개발을 한다는 것 이상의 경험이었다.

개발자들이 모여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술 이야기나 프로젝트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개발에 대한 동기부여도 많이 받았다. 일반적인 군 생활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들은 복무 후기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다.

마무리

이 2년은 나에게 단순한 군 복무가 아니었다. 내 능력을 국가에 기여하면서도, 개발자로서의 정체성은 잃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자격증 하나 없이 재도전 끝에 붙었고, 복무 중에도 공부와 취업 준비를 병행해 전역 직후 바로 현업으로 돌아갔다. 돌이켜보면 이 길을 택한 건 내가 군 복무에 관해 내린 결정 중 가장 잘한 선택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군 복무를 고민하는 중일 것이다.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한 번 지원해보는 경험 자체가 값진 준비가 된다. 나처럼 한 번 떨어져도 다시 도전해볼 수 있다.

SW개발병으로 복무하든, 다른 보직으로 복무하든 — 조국의 안보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모두의 복무 생활에 건투를 빈다.

Thank You for Your Service. 나라를 위해 헌신해주셔서 감사합니다.